Inbetween times

수성십경 水聲十景
2010
Photography
supported by Seoul Museum of Art

Ten lanscapes of New Suseong-dong

Giographically, Seoul is the center of urban problem since it is surrounded by various sizes of mountains with excellent nature but has the most densely populated co-habitation housings (apartments). This work shows both of them. The apartment in the picture is the first generation apartment in Seoul under the urban organization policy by dismantling old traditional Korean-style houses to provide western-style apartments in 1971. Also, Gyumjae Jeongsun(1676~1759), one of the best painters in Joseon Dynasty, used to have a house in Soosung-dong down the Inwang mountain of Seoul and he represented the landscape near his house in . My art piece name was adopted by his artwork name. Currently, Seoul is trying to represent the westernized urban design. Therefore, this apartment is under dismantling process for a park. This work focused on the inside of specific 10 families out of 291 families under removal. We can often see the picture series recording the absent condition of deserted empty space. However, what intended to deliver aesthetically was to capture the chaotic situation of the pure nature out of window and artificial nature by men, the latter seen from the interior materials like wallpaper inside when looking outside through the empty space and open window.

장민승의 수성십경(水聲十景)

이은주 (독립 기획자, 미술사가)

장민승이 최근 작업한 두 개의 사진연작이 두 곳의 전시장에서 동시에 전시되었다. 아트라운지 디방의 <수성십경>과 원앤제이 갤러리의 <다문화(A Multi-Culture)>전이다. 내가 처음 접한 장민승의 작업은 사진이 아닌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2009년 기무사 전에 설치되었던 음악가 정재일과의 공동작업 이다. 이것은 기무사의 뒷마당에 동떨어져 서있는 작은 건축물 전체를 현대음악으로 공명시키는 작업이었다. 사운드 설치라는 미술적 정의를 적용하기 보다는, 건축물과 하나가 된 음악, 혹은 신체적으로 감각하는 음악 듣기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청강법을 제시한 건축-음악적 작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건물 곳곳에 노란 조명과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여 벽들 사이의 빈 공간을 ‘시각적인 음악’으로 꽉 채웠던 이 작업은 건축의 문화적, 물리적 텍스추어를 감각적 소리로 변환시켰다는 점, 그리고 관람자를 향해 완전히 열려있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기무사 전시 중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한국 근대사의 기이한 잔여물인 기무사 건물의 역사적 잔재를 유미주의적 관심사로 전락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있는 그대로의 사회문화적 콘텍스트를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풍부한 미학으로 변용시키고 있는 작업 방식이 무척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 작업의 작가가 바로 인왕산 자락의 서민 아파트 철거현장을 다룬 <수성십경>의 장민승과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은 최근에 안 사실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민승은 밴드활동을 하거나 영화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음악인이자 수공적 방식의 가구를 만드는 가구 디자이너로서 최근 수년간 사진으로 가구 혹은 실내장식들이 함축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수성십경>에서 발견되는 건축공간에 대한 관심이나 ‘듣기(水聲)’와 ‘보기(十景)’의 공감각적 관심의 발생 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수성십경>이나 <다문화>의 사진 연작들에는 연출을 배제한 채 중립적으로 기록된 특정한 ‘장면(scene)'들이 등장한다. 이 장면들은 마치 빙산의 꼭지점처럼 그것이 놓여진 하부구조들을 함축하는 단서로서 기능하고 있다. 가구를 만드는 장민승은 특정한 시대적 양식을 복제하는 레프리카(replica) 가구들을 기록하고자 사진 작업을 시작했고, 그 탐구 과정에서 옥인 아파트 현장을 만났다고 한다. <수성십경> 작업 속에서 하나 하나의 방들은 물리적 공간 자체로 제시된 것이라기보다, 그 풍경을 형성시킨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의 짜임새들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표상적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주한 외국 대사관의 집무실을 기록한 <다문화> 작업에서도 나타난다. <수성십경>은 겸재 정선의 실경산수가 그려진 장소인 인왕산 아래의 옥인 아파트 철거현장을 찍은 사진 연작이다.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의해 겸재 정선의 실경산수에 그려진 풍경 그대로를 복원하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옥인 아파트의 철거가 결정되었고, 풍경의 복원을 위해 한 시대 서민 아파트의 전형적 유형을 보여주는 이 건축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수성십경> 연작은 이러한 시간적 교차점을 기록한 작업이다. 사실 장소가 가지고 있는 표상으로서의 기능을 드러내는 기록의 방식은 유형학적 사진의 영향을 받아들인 많은 작가들이 최근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장민승의 <수성십경>에 외형적 양식의 새로움이나 특이함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아카이브형 기록이라는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서민 아파트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곧 철거될 건축물의 사회적 조건들과 어우러져 형성하고 있는 독특한 미학적 특질이다. 건축물의 역사적 잔재를 훼손시키지 않는 중립적 입장에서 출발하면서도 그것을 감성적인 공간 미학으로 변용, 증폭시키는 방식은 앞서 언급한 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의 특성으로 생각된다.
<수성십경>에서 관람자의 시선은 장면을 기록한 작가의 시선과 일치되면서 아트라운지 디방의 전시장 공간을 넘어 옥인 아파트의 실내 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서민아파트 철거 현장에 남겨진 꽃무늬 종이 벽지는 양식화된 자연의 문양이며, 서구 주류 문화사 속에 있는 특정 디자인 양식의 한국판, 서민판 복제물이다. 이 떠돌이 복제 문화의 산물들은 한 동안 이 건물에 거주했던 이들의 경제적, 문화적 위치를 대변하며, 근대식 서민 아파트가 지어진 도시문화의 맥락과 개인적 삶의 맥락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는 기호이다. 꽃무늬 종이벽지는 한 시대의 고급문화가 시대착오적 수용과정을 거쳐 대량 복제품으로 정착하면서 파생된 B급 문화 특유의 아우라를 풍긴다. 그것은 소시민 문화를 대변하는 동시에 작고 일률적인 아파트 안에서 삶을 잘 조직해보고자 하는 통속적이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내포하는 삶의 흔적들이다. 어설프게 남아 있는 실내 장식들, 깨진 유리파편, 무너진 시멘트 바닥은 일정 기간 이 안에서 거주했던 이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공권력을 상기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잔해들로만 남은 채 어디론가 이주해버린 개인들의 삶을 유추하게 한다. <수성십경>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관람자의 시선이 철거 예정인 옥인 아파트의 유한적인 조건들을 넘어, 궁극적으로 창밖의 인왕산 풍경을 향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창밖의 산은 사회문화적 맥락들의 다양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변함없는 사계절의 질서를 반복하면서, 겸재의 시대에나 오늘날에나 똑같이 서 있다. 그것은 인공적 부산물들 너머에 존재하는 초시간적 차원을 드러내면서, 정치사회적 현실과는 다른 리얼리티를 제시한다. 자연 풍경이 드러내는 이러한 리얼리티를 통해서 철거 현장의 인공적 상흔은 소멸되어가는 시간적 잔해로 변성된다. 이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념이 아닌 감수성이다.
이러한 접근은 자칫 철거현장의 폭력성을 유미적 장치로 도구화하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장민승은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적법하게 유지하면서 철거될 옥인 아파트 공간 속에 함축된 다차원적 요소들을 폭넓게 제시하였다. 그는 사진 속의 인공적 요소들, 자연성, 역사와 개인성을 정교하게 연관시켜 장면의 텍스츄어를 만들어내고, 그 경험의 몫을 관람자에게 돌린다. 관람자는 <수성십경> 연작의 열 개의 장면들을 통해서 옥인 아파트 건축물 안에 함축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맥락을 응시함과 동시에, 그것이 초시간적 자연 풍경과 교접하는 지점에서 발현되는 풍부한 공간 미학을 경험하게 된다. 개념적으로 읽히는 작업과 미학적 접근의 갈래에서 포지셔닝이 불분명한 수많은 사진 작업들에 비해서 장민승의 <수성십경>은 개념을 포함한 미학이라는 보다 현명한 길을 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길을 ‘현명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학습을 요하는 수많은 개념적 작업을 보는 것에 사실 많이들 지쳐있기 때문이며, 장민승의 작업에서 이 교착점을 풀어나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